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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요... 의식의 흐름대로 쓰는 짧은 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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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에 대한 잡다한 이야기 드디어 첫 앨범, Arbitrary Schematic을 발매하게 되었다. 참 오래 걸리기도 했다. 음악에 대한 이상한 고집과 멋도 모르는 완벽주의가 섞여 미루고 미루다, 군대라는 압박에 떠밀려 결국은 완성하게 되었다. 내가 원하는데로 나왔는지는 모르겠다. 자꾸 듣다 보니 이젠 전혀 모르게 되버린 상태다. 뭐, 만들면서 재미도 있었고 만족도 여러 번 했으니 괜찮지 않을까. 앨범 소개문에서도 써두었듯이. 이 앨범은 나만의 전시회 같은 것이다. 음악 큐레이터이자 전시 디자이너인 Nwyllnvr가 좋아하는 작품을 모아 전시회를 꾸민 것이다. 그래서 사실 나는 이 앨범은 함축된 플레이리스트를 만드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며 만들었다. 곡의 요소들을 뽑아내어 이곳 저곳에 걸어두고, 전시하고, 펼쳐놓고 그대로 감상하라는 .. 공감수 46 댓글수 19 2024. 3. 12.
짧은 시 모음집 (2) 길을 가면서 본 것, 문득 생각이 난 것, 깊게 경험한 일 등을 잊지 않고 휴대폰 메모장에 적어두다가 그냥 몇 개 모이면 올리는 겁니다. 별빛이 밤에 나를 찾는 듯 이끌려 들어간 세븐일레븐. 오늘 저녁은 삼각김밥이다. ----------- 오늘 친구와의 숨바꼭질 술래는 나, 숨은 아이는 사랑. 20년째 끝나지 않고 있답니다. ----------- 눈부신 웃음으로 휘두른 빛 한줄기가 생각나는 도로 공사중. ----------- 작은 바다 흰 모래 뒤엉켜 운다. 밤 한가운데가 푸르다. ----------- "젠장, 차라리 스트리퍼가 낫겠군." - 어느 한 연애기획사 사장에게서 발췌. - ----------- "투수가 던진 공이 안드로메다를 맞추고 나서 돌아온 거라구요." 라고 말하는 어른이 되어보고 싶다. .. 공감수 46 댓글수 21 2024. 3. 11.
짧은 시 모음집 그냥 순간적인 감성을 내뱉은 곳입니다. --------- 다시 태어난다면 조금 더 덧없게 바다깔다구처럼만. --------- 납치범 그를 사랑하게 된 작은 소녀의 손톱 메니큐어 같은 색깔 --------- 글리치 섞인 카오디오가 주는 조수석에서 발 올리고 잠든 그녀에게 빗물 섞인 꿈 --------- 여름 하늘 번지점프대 그 위에 다이버 얼굴엔 지울 수 없는 홍조가 아름다워 --------- 푸른 불꽃에 집어삼켜지는 세상과 가슴에 아로새겨지는 작은 불안감 --------- 꺼낸 말이 전달되지 않은 채 아침 햇살에 흐르는 유령이 되어 사라져버린다 --------- 어떻게 세상에 위화감을 느끼며 한심하게 살아가는가 --------- 모두가 F를 울부짖을때 나 혼자 크게 외친다. F#. --------- 작은.. 공감수 4 댓글수 0 2024. 3. 1.
귀찮은 건. 굳이 말하자면 그런거다. 왜.. 대충 우울한 사람들 있잖냐. 나도 대충 그런 사람인거다. 언제 죽었는지는 모르겠다만, 한참이 지난 것은 분명하다. 내가 신을 만나고 난 뒤 흐른 시간이 거진 몇 십 년은 되는 것 같으니까. 몇 십 년. 신이라는 아이를 사랑하게 되는 것에는 충분한 시간이다. 내가 만난 신은 어린 소녀였다. 그녀는 잘 웃고, 잘 울었다. 그녀는 종종 내게 미소지으며 지구의 신자들을 자랑하곤 했다. 이거 봐라, 오늘은 이 신도가 내게 기도를 올렸다, 하면서. 동시에, 그녀는 잘 울었다. 오늘 내 신도가 4살 아이를 강간하고 죽여서 그 아이의 영혼이 여기 있네... 어떻게 해야 하지...? 라며. 그녀는 항상 내게 하소연하곤 했다. 나는 그런 나쁜 짓을 하라고 한 적이 없는데, 자기를 따르는 아.. 공감수 3 댓글수 1 2024. 2. 26.
어제 꾼 꿈 바람 한 잎 떼어 벽에 붙이니 다가가는 사람들 하나가 나가면 슬퍼하는 꽃들과 그 꽃을 쓰다듬는 작은 여자아이들 걱정하는 마음에 걷는 아가씨와 티셔츠를 찢는 전업 작가 아저씨 그리고 길을 따라 달리는 내 몸에는 찢어진 상처가 가득한데 바다를 가르는 철길 속에서 잠수함에 몸을 부딛히는 작은 물고기들 비가 와 마른 바다를 걸어다니는 해초들이 아이고, 아이고, 하며 운다. 점이 하나 둘 셋 늘어나고 나는 향수를 뿌린다. 공감수 2 댓글수 0 2024. 2. 15.
투신 밤에 잠시 일어났더니, 아파트 앞 동의 옥상에 한 여자아이가 보였습니다. 정정합니다. 남자아이였습니다. 고추가 달려 있었습니다. 그 아이는 옷을 완전히 벗은 채, 나를 향하여 웃어 주었습니다. 나는 손을 흔들어주며, 책꽃이에서 시집을 한 권 꺼내었습니다. 육체쇼와 전집. 지금 상황과 잘 어울립니다. 나는 창문을 열고 큰 소리로 시를 읽기 시작했습니다. 남자 아이는 좋아했습니다. 내 목소리에 잠이 깬 아파트의 사람들이 모두 이곳을 쳐다보기 시작했습니다. 남자아이는 드러누워 자위를 시작합니다. 사람들은 환호하기 시작합니다. 시간이 흘러 달빛이 햇빛으로 바뀝니다만, 남자아이는 그대로입니다. 달라진 점은, 남자아이 주변에 옷을 벗은 사람들이 잔뜩 있다는 것입니다. 불현듯, 아이의 팔이 정말 길어지더니 그곳에 모.. 공감수 3 댓글수 0 2024. 2. 13.
소지. 성현 씨. 전 종종 당신의 무덤에 가요. 우리가 그렇게 친했나, 싶으면서도 말이죠. 전 잔잔한 음악이 좋은데, 그곳에 갈 때면 Say It Ain't So를 듣기 시작해요. 처음으로 당신이 추천해줬던 곡이었는데. 맥주를 마시며 맥주에 관한 이야기를 했었죠. 술을 못 먹는 저는 몇 모금만에 비틀거리고, 당신은 그걸 웃으면서 보고 있었고. 그러곤, 저는 늘 당신의 무덤가에서 틀 노래를 고민하죠. 당신과 어울리는 가사인 Alone Again으로 시작해서, 음... 글쎄요. Starry Cat 어떨까요. 그 귀여운 고양이. 모르겠어요. 난 딱히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 아닌데. 그리워하다 보면 죽고 싶어지는게 맞을 텐데, 왜 저는 당신을 생각하며 힘들어하며 떨어지지 않는 걸까요. 그 전에 사라저.. 공감수 4 댓글수 2 2024. 2. 5.
도마뱀과 카레. 우리는 처음으로 섹스를 했다. 첫 번째의 섹스는 나쁘진 않았지만, 좋지도 않았다고 본다. 그건 뭐랄까, 방 밖의 부엌에서 요리 중인 도마뱀이 스프의 맛을 보며 음, 이라고 말하는 거라고 해야 하나. 잠시 쉬며 담배에 불을 붙였다. 연기가 내 작은 가슴을 지나쳐 내려가, 그의 손에 머물다 사라진다. 그는 손을 코에 가져다 대며 스읍, 하고 숨을 들이쉰다. "좋아, 이제야 베이컨 탄 냄새가 맡아지지 않는구만. 밖의 녀석은 뭘 하는지 모르겠어. 베이컨이 이렇게 될 때까지 납두다니." 그는 초록색 도마뱀을 싫어하는 것 같다. 슬펐다. 초록색 도마뱀을 미워하다니. 그 사실을 저 도마뱀에게 알려주면 슬퍼하려나. 나는 졸음을 참지 못하고 잠시 눈을 감았다. 알몸인 남자를 옆에 두고, 역시 아무것도 입지 않은 채 얇은.. 공감수 2 댓글수 2 2024. 2. 2.
잠시 졸았던 이야기. 나는 자판을 두드리며 졸기 시작했다. 정갈하게 들려오던 키보드의 타닥거리는 소리는 카페에서 틀어 놓은 빌 에반스의 음악과 함께 불규칙한 소음을 만들었다. 몇 사람은 이곳을 돌아보았다. 내 옆자리에 앉은 친구가 헛기침을 내뱉었다. “나가서 잠이나 깨고 오라고.” “딱히 그러고 싶진 않은걸-. 봐, 오늘은 빌 에반스의 음악과 함께, 나른하게 있기 좋단 말이야.” 친구는 나를 딱하다는 듯이 보았다. 하기야, 오늘은 밀린 일을 처리하는 날이다. 이렇게 여유롭게 굴다간 필시 결과는 뻔하리라. 이것이 정형 전투를 앞둔 한신의 기분일까. 워드 프로세서에 적히는 작은 병사들이 힘을 내 줘야 할텐데. “지금 곡은 거슈윈이야. 빌 에반스가 아니라고.” “이런, 그게 문제였나.” “그게 무슨 소리지? 이건 헷갈릴 수가 .. 공감수 2 댓글수 2 2024. 1. 31.
컴퓨터가 소설을 쓰는 날(번역) 그 날은, 구름이 낮게 드리운, 흐릿한 날이었다. 방 안은 언제나처럼 최적의 온도와 습도를 유지 중. 요코 씨는 칠칠치 못한 모습으로, 소파에 앉아 재미없는 게임을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내겐 말을 걸진 않는다. 아아. 따분하다. 따분해서 어쩔 수 없을 정도로. 내가 처음으로 이 방에 들어왔을 때엔, 요코 씨는 무어라 내게 말을 걸어주었다. "오늘 저녁은 뭐가 좋을까?" "요즘 유행하는 옷 알려줘" "오늘 동창회¹는 뭘 입고 갈까?" 나는 최대한 그녀의 마음에 들 만한 대답을 짜냈다. 결코 스타일이 좋다고 할 수 없는 그녀에게 패션에 대해 지적하는 것은 정말 어려웠지만, 보람은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3개월도 되지 않은 채 그녀는 내게 질려버리고 말았다. 지금의 나는, 그저 집에 방치된 .. 공감수 2 댓글수 0 2022. 6.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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